전문가가 됩시다
어떤 레스토랑의 바텐더로 일하는 프랑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 젊은 바텐더는 바텐더가 되기 위해서 프랑스에서 전문가 교육을 8년간 받았고, 각종 양주의 향기만 맡아보아도 그 이름을 알게 되기까지 그는 오로지 한 길에만 전념하여 이제는 최고의 바텐더가 되었다고 합니다. 손님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그는 날마다 배우고 연구하는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좋은 음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고 건강하게 마시는 것인지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속적인 일에 있어서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전부 바치는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에서는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을 대접하는 말로 Maister라는 말을 씁니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야 합니다. 이런 마이스터들이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전통이 유지되고 질서가 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옛날에는 이런 장인들이 있었지만 근세 100여년의 혼란기로 인해서 이런 질서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장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뜨네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만 해도 전문가가 대접을 받는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업을 이어 기술을 전수하는 그런 전문가들이 많지만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100여년의 혼란 때문에 생긴 불행한 일입니다. 특히 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일을 빨리 해야 하는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까닭에 교육도 단기 속성이고 무슨 일이든지 대충 적당히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꼼꼼히 하는 일은 대량 생산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제품이 정교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우리 몸에 베어 들어 이제는 꼼꼼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어설프게 만들다 보니 자연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불행한 환경으로 인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전문가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전문가가 많이 부족합니다. 어설픈 아마추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실수와 시행착오를 반복합니다. 행정에도 전문가가 없어서 같은 실수를 계속합니다. 우리는 이런 동일한 실수를 계속 당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형 사고를 당하면서 그런 사고를 계속 반복합니다. 사고를 당하면서 뒷처리가 매우 어설픕니다.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한가지 일에 자신의 삶 전체를 걸고 다른 일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한 길만을 위해서 자신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장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회만 되면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가려고 항상 엉덩이를 들고 삽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최근에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자리를 박차고 정계로 나갔습니다.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과 함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헌신하려는 생각이 애초부터 없는 것입니다. 그 자리는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 과연 책임있게 일하였겠습니까? 항상 더 나은 자리를 곁눈질하느냐고 정신의 반은 빼놓고 지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행정의 최고 책임자의 자리를 감당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입니다.
한번 책임지는 일을 맡았으면 임기가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딴데 눈 돌리지 않고 오직 한 우물을 파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런 전문가 정신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그 자리가 사람들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자신이 드러나는 자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는 일에 관심이 있지 다른 어떤 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비록 힘들고 보수도 적더라도 일로 인해서 기쁘고 그 일로 인해서 행복해 할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는 전문가가 없고 어설픈 아마추어만 가득합니다. 이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사회가 어려워집니다. 전문가는 철저히 책임을 집니다. 누가 책임을 지라고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을 가장 귀한 명예로 여깁니다. 독일어 Maister는 책임진다는 의미인 maist에서 온 것입니다. 책임을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마이스터입니다. 자신이 한 일에는 절대로 책임지는 것입니다.
전문가는 항상 일류를 지향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 온 몸을 다 바칩니다. 오로지 정상만을 향해서 달립니다. 그 분야에서 세계 제일을 목표로 뛰는 사람입니다. 이는 자신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세계 제일의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전문가는 자신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봉사자입니다.
자신으로 인해서 기뻐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삶의 가치를 느끼는 그런 사람이 전문가입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전문가가 과연 얼마나 있습니까? 한 우물을 파는 그런 사람으로 인해서 사회는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는 전문가라고 드러내고 자랑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있지 않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한 자리를 계속 지키는 아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