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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야기

제목어두운 영성과 밝은 영성2024-07-30 16:29
작성자 Level 10

어두운 영성과 밝은 영성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영성에도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정면과 후면이 있어야 입체감을 나타내듯이 영성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어야 제대로 의미가 드러납니다. 빛과 어두움은 흑백의 논리로만 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긍정과 부정이라는 극단적인 면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는 항상 밝은 쪽만 보게 됩니다. 낮만 있는 것이 아니라 쉼을 위한 밤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빛만을 생각하면 어두움이 가져다 주는 많은 유익을 상실하게 됩니다. 영성의 이중 구조는 밝음과 어두움으로 나타납니다. 빛의 영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두움의 영성입니다.

우리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밝음은 실제로는 긍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빛은 사물을 낡게 만들고 쉼이 없기 때문에 만물을 지치게 만듭니다. 밝음의 영성이란 긍정적인 영성만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그 긍정적이라는 것이 실상은 많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어두움의 영성이란 부정적이고 드러나지 않는 은밀함을 의미하지만 그것만이 제대로 된 의미는 아닙니다. 어두움은 우리에게 쉼을 가져다주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두움은 우리의 허물을 덮으며 우리의 약점을 감추어줍니다. 어두움은 하나님의 신비의 영역이며, 우리가 알아가야 하는 비밀이기도 합니다.

밝음의 영성은 드러나는 것이라면, 어두움의 영성은 가리어지는 것입니다. 밝음은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인정을 필요로 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개별성이 사라집니다. 밝음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론적이고 집단적인 것만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다수가 공유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하여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배격합니다. 빛의 영성은 감추어지는 것이 없으므로 개인적인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 용납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영성에 치우쳐 있는 사람은 공동체를 우선하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특별한 것을 거부하려고 합니다. 원리적이고 다수가 공유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어두움의 영성은 개별적이고 은밀한 것이며 감추어져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독특하고 개인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회복하는 힘을 제공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원천이 어두움은 빛이 있기 전부터 있었던 하나님의 본질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빛이란 기능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두움은 본질이기 때문에 신비하고 개인적입니다. 하나님은 공동체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그 보다는 먼저 개인적인 하나님입니다.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두 가지 개념은 빛과 어두움이라는 양면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의 신앙고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지키고 따라야 할 의무도 있지만 개별적인 소명을 깨닫고 그 소명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개별적인 요소도 중요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빛과 어두움의 영성이 고루 갖추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빛은 교리이며 공식적 예배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드러나는 것이며, 이런 영성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 공동체를 유지하여 우리의 믿음의 터를 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두움은 경험이며 기도입니다. 이것은 개인적이며 은밀하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므로 엄격한 규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비밀이고 사랑입니다. 그리스도 공동체가 예배의 형태로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빛의 영성에 치우쳐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개인적 경험과 기도로만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두움의 영성에 기우려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빛은 좋은 것이고 어두움은 피해야 하는 마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어두움에 속한 것들은 피하려고만 합니다. 어두움은 하나님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바로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태초부터 어두움은 하나님 속에 계셨고 그 어두움은 지금도 하나님의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이 어두움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빛의 영성은 예배와 가르침의 영성입니다. 그러나 어두움의 영성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며, 사랑입니다. 어두움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배워서 깨닫는 성경공부가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계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형화할 수도 없고 공식화할 수도 없는 그런 영역입니다. 어두움은 그 한계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깊이와 넓이를 측량할 길이 없습니다. 성경공부는 66권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기도는 한계가 없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범위는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합니다. 어두움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궁한 하나님은 어두움의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빛을 통해서 알게 되는 하나님은 아주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두움의 영성은 어두움 속에 들어가야만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려움이 없어야만 가능합니다. 어두움을 무서워하면 어두움 속에 들어갈 수 없듯이 두려움이 있다면 어두움의 영성은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기도는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입니다. 미지의 세계로 무턱대고 달려가는 모험입니다. 방향도 모르고 어디쯤에서 하나님을 만날지도 모르며 어느 지점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두움은 모르는 세계이며 그래서 믿음의 영역인 것입니다. 어두움이 만드는 밤의 세계는 쉼이며 회복입니다. 어두움은 우리를 쉬게 하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게 합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이런 기능과 마주칩니다. 이것이 다양한 형태의 체험으로 나타나며 개인적이고 독특한 현상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이며 이것을 간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에 휩싸이게 되는 것입니다. 어두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귀하고 친밀한 하나님의 관심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두움의 영성은 회복입니다. 주님이 어두울 때 모닥불 가까이 다가와 제자들을 만납니다. 지치고 피곤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밤이 제격입니다. 우리는 밤이 되면 감정이 가라앉고 낭만적이 됩니다. 감정은 어두움의 영역에 있습니다. 아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영역입니다.

낮의 집회보다 밤의 집회에서 더 은혜가 넘치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낮의 기도보다 밤의 기도에서 더욱 친밀해지는 까닭도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밝음과 어두움 모두를 귀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험과 환난과 고난은 어두운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반가워하지 않지요. 그러나 정말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것들의 의미를 오히려 사랑하고 기뻐할 줄 압니다. 부정적이라고 생각하고 남들이 다 싫어하는 것들을 오히려 즐거움으로 행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정말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어두움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것들입니다. 어린 아이는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지만 성숙한 사람은 어두움을 사랑하게 됩니다. 빛의 영성으로 채울 수 없는 귀중한 하나님의 친밀함이 어두움의 영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친밀하고 그 분의 넘치는 은혜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어두움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말씀 뿐만 아니라 꿈과 환상과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하십시오. 이것은 빛으로 오신 하나님의 또 다른 한 부분입니다. 여러분을 개인적으로 만나시고 이끄시는 분은 어두움 속에 계시는 하나님이며, 이것은 하나님의 어두움(divine darkness)이라는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귀한 은혜입니다. 은밀하고 개별적인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 두려움을 버리십시오. 모든 사람들과 다른 당신만을 위한 유일하신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하십시오. 이것은 아주 생소한 길이며 독특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들이는 낯선 길입니다.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선명하지도 않고 그 깊이와 끝도 모를 하나님의 신비함입니다. 선지자들과 사도들과 경건한 신앙의 선배들이 오로지 믿음이라는 이정표 하나로 나아갔던 어두운 길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그것이 하나님이므로 두려움 없이 갈 수 있었던 하나님의 품 안으로 그 어두움 속으로 여러분들도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가 공유하는 교리와 원리들을 소중히 여길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독특한 하나님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여러분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증거이며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여러분을 강한 주의 군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지요. 밝음과 어두움의 두 가지 영성을 우리는 함께 공유할 때 능력 있는 강건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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